[박철희 교수](오피니언) 코로나 공조는 한·일 관계 復元 기회 (문화일보 2020.5.8)


Publications by Faculties
2020-05-21

코로나19로 세계가 시름을 앓고 있다. 한국은 생활방역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했지만, 일본은 5월 말까지 긴급사태선언을 연장 결정해 아직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이 이번 감염병 확산 방지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건 맞다.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가 많이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일본에서도 ‘한국을 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북미 및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동아시아 국가들이 대체로 방역과 감염병 확산 방지에 성공했다. 전체 감염자 수가 비교적 적고 상대적으로 사망률도 낮다. 보건의료 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국민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잘 협조해준 한·중·일의 대처가 두드러진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이동을 차단하지 않고 방역에 성공한 한국은 주목받을 만하다. 일본도 머잖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것이다.

저 위기를 벗어난 한국은 아직도 고생 중인 이웃 나라 일본에 마스크 및 코로나 진단 키트, 방역 노하우를 전달하는 품격 있는 포용력을 발휘할 때다. 방역의 적(敵)은 국가가 아니라 바이러스인 만큼 인도적 견지에서 판단하는 게 맞다. 다행히 양국은 이번에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의 이송에 서로 협력하는 미담을 남겼다. 앞으로도 서로 협력하는 관습을 정착시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일은 감염병에 대한 위기 대응 매뉴얼과 시스템을 제도화해 세계에 전파·공유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사라져야 우리의 생활도 정상화한다는 글로벌 관점에서, 앞서 위기를 경험한 한·일이 세계 표준을 만들어간다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생명 보호에 국경을 따질 이유가 없다. 나아가 한·일은 감염병 백신 개발과 의약품의 상용화를 위한 공동 노력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 감염병 정보를 교환하고, 지적 자원과 데이터를 공동 활용하는 통 큰 협력 체제를 구축해 지구 시민에 대한 발전적인 공헌에 한 발 더 다가설 좋은 기회다.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일은 과도한 대중(對中) 의존을 줄이기 위한 ‘생산 동맹’의 일원으로 참가하기 위해 함께 생산 기지의 다변화 및 유통 체계의 다원화가 필요하다. 기업 간 연합을 통한 고용 창출형 투자 확대는 물론 제3국 공동 투자의 길을 더 넓혀야 한다. 경제위기 발생에 대비해 금융 면에서 양국의 대외적 신인도를 높이기 위한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도 고려할 만하다.

양자 협력의 틀을 넘어서서 글로벌화에 역행하는 자국 중심주의, 보호무역주의, 인종차별을 넘어서는 개방적 국가연합을 구축하는 동시에, 초국경 및 지구 규모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연대 형성에 한·일이 나란히 선봉에 설 때다. 민·관을 결합한 보건의료 체계의 우수성을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이 함께 나누는 포용적 발전 전략을 현실화할 수 있는 단계이기도 하다.

한·일 협력을 위해서는 우선 상호 신뢰 회복이 관건이다. 일본의 코로나 위기가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대로, 인적 교류를 이른 시일 내에 재개해야 한다. 가장 먼저 비즈니스맨들의 상호 교류와 가족 방문을 위한 길을 열어 주고, 이어 공무와 유학, 학술문화 교류를 위한 문호를 개방한 다음, 지방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여행과 관광 재개를 향해 단계적이면서도 발 빠르게 실행해 나갈 때다.

서로가 아픔을 겪으면서 이웃을 미워하거나 돌보지 않는 것은 속 좁은 처사다.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서 자국을 넘어선 인류애의 발현을 통해 세계의 선도국 대열에 함께 서는 연습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