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교수](인터뷰) "시진핑, 2선 물러나도 최고 권력자로 남을 것" (조선일보 2019.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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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1

"시진핑, 2선 물러나도 최고 권력자로 남을 것"

['중국의 엘리트 정치' 펴낸 조영남 교수]

"국가주석 임기 제한 철폐와 시진핑 사상 담은 개헌안 통과
일인 지배로의 회귀 거론돼

트럼프가 대통령 재선하면 시진핑에겐 더 유리한 상황
한·미 동맹은 중국 견제 장치"

"지난 1일 열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행사는 과거 국민의 80%에 달하던 절대 빈곤 계층을 없애고 '소강(小康)사회'(기본적 생활이 보장되는 사회) 실현을 이룩했다는 자부심을 드러낸 자리였다. 개혁·개방을 추진한 덩샤오핑이 제시한 목표를 40년 만에 시진핑 주석이 이뤄냈다는 점에서 그의 권력을 공고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영남(54)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마오쩌둥 이후 중국의 통치 체제를 연구해온 현대 중국 정치 연구자다. 그가 쓴 책 '용과 춤을 추자' '중국의 꿈'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은 미국과 맞서는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극적인 변화를 쉬운 문장에 담아내 지식사회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 주 낸 '중국의 엘리트 정치'(민음사)는 공산당 일당제 국가인 중국의 정치를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 총서기 등 최고 권력층 중심으로 분석한다. '시(習) 황제'로까지 불릴 만큼 절대 권력을 장악한 시진핑 체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조 교수는 중국 엘리트 정치를 마오쩌둥의 1인 지배와 덩샤오핑의 원로 지배, 1989년 장쩌민 이후의 집단 지도로 나눠서 분석한다. 마오쩌둥은 정책 결정권, 인사권, 군(軍) 통수권을 독점해 행사했고, 덩샤오핑은 소수의 원로와 함께 이 권한을 행사했다. 하지만 장쩌민 이후엔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원이 집단적으로 행사했다. 시진핑 시대 들어 심상찮은 변화가 생겼다. 국가주석 연임 제한 철폐와 '시진핑 사상'을 담은 개헌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집권형 집단 지도' 내지 '일인 지배'로의 회귀가 조심스레 거론된다.

―시진핑 주석은 취임 직후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낸 저우융캉과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까지 체포했다. 권력 강화를 위한 숙청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개혁·개방이 낳은 최대 문제 중 하나가 당·정·군의 부패였다. 시 주석은 장쩌민 이후 집단 지도 체제의 비(非)효율성을 해결해야 했다. 중앙의 결정이 중난하이에서 30㎝만 벗어나면 통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시진핑이 추진한 부패 척결, 정풍운동이 대중적 지지를 받은 이유는 중앙의 권위를 세워 국가 정책이 집행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식에서 열병식이 진행되고 있다.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시진핑 주석은 2022년 당대회에서 후계자에게 권력을 넘겨주더라도 외교와 군사를 총괄하는 최고 지도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집권 3년 차 들어 시진핑의 권력욕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주석 임기 제한 폐지도 그렇지만 '시진핑 사상'을 헌법에 집어넣은 게 대표적이다. 내용 없는 빈약한 이념인데,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달성하겠다며 정치·사회·경제·문화 전 분야를 아우르는 '시진핑 사상'을 헌법에 포함시켰다."

―2022년 20차 당대회 때 권력을 넘겨줄 것으로 보는가.

"지금까지 시 주석이 걸어온 길을 보면 후계자에게 권력을 넘긴 후에도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맡아 군사와 외교를 맡을 것이다. 차세대 지도자들은 공산당 총서기와 국무원 총리 신분으로 내정(內政)을 맡는다. 시 주석은 최고 지도자로서 집권형 집단 지도를 이끌어갈 것이다."

―장쩌민이 권력 교체 이후에도 3년간 중앙군사위 주석을 맡은 적 있지만, 국가주석까지 겸하진 않았다. 시진핑이 당 총서기직을 후계자에게 넘기지 않고 마오쩌둥 같은 일인 지배로 향할 가능성은 없나.

"가능성은 낮지만 중국이 미국의 견제를 뚫고 초강대국으로 나서기 위해 시진핑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논리를 내세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같은 스트롱맨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시진핑에겐 더욱 유리한 상황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시진핑의 권력 연장 시도는 후계자에 의해 저지될 수 있다."

―'스트롱맨'에게 둘러싸인 대한민국의 선택은.

"한·미 동맹은 중국의 부상(浮上)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장치다. 하지만 중국을 포위하는 식으로 동맹을 확대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 북한을 상대로 하는 한·미 동맹은 중국이 건드릴 수 없지만, 중국을 겨냥한 인도·태평양전략은 중국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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