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교수]('비핵화 우선론' 함정에서 벗어나자 ③ 북한의 시스템 전환과 개발전략) 한반도형 지속가능발전으로 위협감소를 (내일신문 202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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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0

['비핵화 우선론' 함정에서 벗어나자 | ③ 북한의 시스템 전환과 개발전략] 한반도형 지속가능발전으로 위협감소를

한반도 협력안보와 SDGs, 북한 발전전략이 교차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야 한다.

2015년 제70차 유엔총회에서 결의된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SDGs)'로 인해 유엔회원국은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SDGs를 국내 수준에서 국가발전전략과 연계하여 2030년까지 이행하도록 권고되고 있다.

다시 말해, 글로벌 수준에서 합의된 개발규범인 SDGs가 앞으로 10년 동안은 전 세계가 공유해야 하는 일종의 글로벌 규범으로서 작동할 예정이며,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SDGs를 이행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경주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수준의 보편적인 담론의 도래와 이에 따른 거버넌스의 거대한 전환에서 북한도 예외일 수는 없으며 UN 회원국인 북한정부도 SDGs의 국내이행이라는 숙제에 대한 고민을 안게 되었다.

김정은 체제로 들어오면서 2013년 3월 31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의 결정으로 경제건설 및 핵무력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진노선이 북한 경제정책의 기조로 채택되었지만, 2018년에 들어와 김정은 정권이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통해 핵·경제 병진노선을 '결속(結束)'한다고 밝히고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채택하면서 병진노선의 시대가 5년여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특히, SDGs라는 글로벌 화두에 대하여 지금까지 북한정권의 태도는 다분히 적극적이라고까지 해석이 가능할 정도로 SDGs 이행관련 국제회의에서 북한의 계획을 선전하고 있다.

글로벌 보편성의 북한식 특수성과의 조우

여기서 우리는 북한의 특수한 발전패러다임과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SDGs의 접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식 글로벌 개발규범과 국가발전전략의 이중주라 볼 수 있는 보편성과 특수성의 만남은 김정은 정권에게 대단히 중요한 이중적인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우선, 국내적으로 김정은 정권이 표방하는 경제건설 중심의 국가정책이 단순히 북한 고유의 생존전략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UN 회원국 전체가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인 발전목표와 같은 맥락에서 기획되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전통적인 특수성에 기반한 경제발전 패러다임의 보편성을 확보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 경제건설에 필요한 동력을 확보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편적인 가치와 규범을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한편, SDGs와 북한 국가경제건설전략을 연계함으로써, 국제사회에도 북한이 고립된 외골수로 핵개발에만 전념하는 비정상국가가 아닌 보편적인 글로벌 규범을 북한 국내에 적용하고 이행하려는 노력을 적극 홍보할 수 있다. 길게는 북한이 겪고 있는 대북제재의 강도를 희석하거나 대북제재 하에서도 국제사회의 원조 및 경협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북한정권에게 SDGs는 북한 경제건설의 전략적인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 보편적 규범인 셈이다.

SDGs와 북한식 발전전략의 이중주

이러한 '글로벌 규범(SDGs)-북한개발전략' 간 이중주의 가능성을 보다 현실적으로 탐색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비핵화 문제 등 경성권력 이슈영역과의 접점을 찾는 통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의 '완전한 비핵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미국의 기존 보수적인 입장-'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또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에서 점진적으로 핵위협을 포함한 한반도를 둘러싼 전반적인 위협을 단계적으로 감소시키고 평화체제의 제도적 조건을 만들어가는 이른바 '한반도형 협력안보'이라는 대안적 시각이 한반도 평화구축과 평화경제로 연계되는 점진적이면서도 총체적인 전략구상이 필요한 것이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북미정상회담이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하노이회담 이후 지지부진해 온 북미 및 남북관계가 2020년 7월에 들어와 김여정 제1부부장이 '적대시 철회'를 협상조건으로 강경선회함에 따라, 기존의 완전한 비핵화 입장을 고수하는 정책으로는 한반도의 평화구축을 위한 돌파구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CVID 또는 FFVD가 확보될 경우에만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평화선언이 가능하다는 불가능한 공식이 아닌, 점진적이고 부분적인 핵위협 감소 노력을 단순히 핵무기와 핵시설에 국한하지 않고 상호 위협감소 노력에 상응하여 인도적 지원부터 다자협력 및 남북 개발협력까지 포괄하는 중장기적 패키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형 협력안보 - SDGs - 북한 발전전략의 삼중주

따라서, 한국은 대북지원 및 남북협력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한반도형 협력안보, SDGs 등의 글로벌 개발규범, 그리고 북한이 기획하고 있는 발전전략을 동시에 독립변수로 인지하고, 이러한 포괄적인 삼중주가 어떻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기여하고 평화구축 및 평화경제로 연계될 수 있는가가 종속변수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는 아직까지 많이 시도되지 않은 한반도형 협력안보·SDGs·북한발전전략 간의 관계성을 분석하고, 특히 특수한 북한식 발전전략계획이 보편적인 SDGs와 어떻게 타협하면서 비핵화라는 불변의 원칙이 아닌 복수의 단계적 조건에 부합하여 상호안전보장 및 위협감소와 적극적으로 결합될 수 있는가를 타진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한반도형 협력안보를 토대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비핵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전통안보와 비전통안보 기제가 상보적으로 연동되는 환경과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 모두에서 이미 강조했지만 한반도 협력안보, SDGs, 그리고 북한의 발전전략이 서로 교차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비핵화 과정의 단계별로 총체적인 삼중주가 가능하도록 적극적인 연계 프로세스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구축과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프레임워크로 '한반도형협력안보 - SDGs - 북한발전전략 연계'를 모색할 수 있으며, 세 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한국이 단계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를 도모할 수 있는 전략방안을 체계적으로 찾아내야 할 것이다.

◆김태균 교수는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및 부원장으로 한국국제협력단 민간 비상임이사와 서울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