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빈 교수](경제시평) 건설적인 비판이 필요한 때 (국민일보 202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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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5

얼마 전 우리나라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3.3%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되자마자 일부 언론에서는 앞다퉈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성장률을 강조하며 경제 위기감을 조성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정부에서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하락폭이 낮은 점을 강조하면서 정책 대응의 성공을 자평한 바 있다. 한 가지 사실을 두고 이렇게 상반된 평가가 양립할 때는 객관적으로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우리나라의 2분기 성장률이 1분기 성장률보다 2%가량 더욱 낮아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작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을 기록하며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집중됐던 1분기에 비해 재난지원금 등으로 누적 재정지출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경제활동이 더욱 위축되었다는 점은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지출 항목별로 한 꺼풀만 벗겨보면 이는 순전히 해외에서의 수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한 것에 기인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주 발표된 바와 같이 미국과 유로 지역 국가들의 2분기 성장률이 각각 -9.5%(연율 기준 -32.9%) 및 -12.1%의 유례없는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에만 총수출의 20%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입은 타격은 피할 수 없었던 측면이 있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우리의 3분기 성장률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정부 정책에 공을 돌릴 수만은 없을 것이다. 3개월 후 발표될 각국의 3분기 성장률을 조심스럽게 예측하면 지금과 정반대 상황을 마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소 주춤해진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세가 앞으로 지속된다면 봉쇄 수준을 완화하고 있는 미국 및 유로 지역 국가들은 최악의 2분기 성장률로 인한 기저효과를 바탕으로 3분기에는 크게 반등하며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다소 회복될 해외에서의 수출 수요 덕분에 순수출 증가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높여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이들 국가의 경기 회복을 통해 우리 경제가 얻을 혜택 또한 일정 부분 주어진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이 같은 상황이 3개월 후에 현실화되더라도 비판을 위한 비판에 몰두하는 일부 언론은 해외 주요국들에 비해 선전한 우리의 2분기 성장률은 폄하했으면서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날 3분기 성장률에는 주목하며 위기감을 조성할 공산이 크다. 이러한 비판의 부작용은 정책 당국자들을 조급하게 만들어 2분기 성장률 하락은 외부 요인 때문이었듯 3분기 성장률 상승 또한 상당 부분 외부 요인 때문일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리하게 성공적인 정책 요인으로 돌릴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른 비판거리를 만들어내어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선방한 2분기 성과가 전적으로 성공적인 경제정책 덕분이라 평가하기는 힘들다. 일례로 일부 당정 관계자들은 1.4%로 다소 상승한 2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을 바탕으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성과를 자평하며 2차 재난지원금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지급된 총 액수는 14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1.4%에 해당하는 민간소비 지출 증가액은 높게 잡아 3조원가량이다. 재난지원금의 순효과가 과연 어느 정도였는지는 추후에 엄밀히 추정돼야 하겠지만 아무리 높게 쳐주어도 가히 성공적인 정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진정으로 국익을 위한다면 비판을 위한 비판은 지양하고 건설적인 비판을 제공할 때 정부 차원에서도 보다 효과적인 정책들을 집중적으로 운용하게 됨으로써 궁극적으로 신속하고 건실한 국가경제 회복을 도모하는 데 일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안재빈 (서울대 교수·국제대학원)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50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