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빈 교수](경제시평) 슬기로운 경제학자 사용법 (국민일보 202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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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0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시작된 올 한 해도 어느덧 중반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서 있다. 하나둘씩 발표되는 2분기 경제지표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국내외 2분기 경제성장률은 가공할 만한 수준의 낙폭을 기록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뉴욕 및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등에서 발표하는 실시간 예측 모형은 미국의 2분기 성장률 하락폭이 30%를 넘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로지역 또한 6% 이상의 역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 미국과 유로지역의 2008년도 4분기 성장률이 각각 8%, 3%가량 감소했던 것을 고려하면 현재 회자되는 예측치가 실로 얼마나 큰 수치인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러한 해외 실정을 반영하듯 우리나라의 4~5월 총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5%가량 감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버금가는 정도의 충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고용지수와 산업별 가동률지수 등 관련 지표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와 같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실물경제의 위기가 주요국의 2분기 성장률로 공표될 7월 중하순에는 추가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다분히 존재한다.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에 의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공급되고 있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강한 현실부정이 현재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괴리를 낳고 있지만 충격적인 수준의 실물경제지표가 발표될 경우 낙관적 관망 기조를 버리고 투자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주요 글로벌 투자기관들의 신흥시장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주요 거시경제지표가 다른 아시아 신흥시장국가들과 확실히 차별화되지 않을 경우 함께 도매금으로 취급당할 여지가 있다.

가까운 예로 2013년 중반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향후 통화정책 정상화에 관한 언급으로 촉발된 긴축발작(taper tantrum) 사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당시 취약 국가로 지목된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 신흥국가는 해외투자자본이 대규모로 이탈하면서 외환위기 목전에 다가간 바 있었다. 이들 취약 국가는 경상수지, 재정수지 등의 주요 거시경제지표가 빠른 속도로 악화되는 추세에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기에 글로벌 투자기관들의 주요 타깃이 되고 말았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적정 국가채무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라는 주장에는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이미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에서조차 더욱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조언한 바도 있다. 하지만 긴축발작 사태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전체 국가채무 수준과 무관하게 국가채무가 단기간에 급속히 늘어날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요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이미 세 차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특단의 정책 패키지들을 시행했고 또 계획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운용을 통해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진하는 모습은 매우 고무적이고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GDP 대비 국가채무가 빠른 속도로 3년 전에 비해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점은 잠재적 불안요소다. 추가 재정지출 규모가 확정된 마당에서 그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GDP 대비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소위 가성비 높은 부문에 재정지출을 집중함으로써 승수효과를 향상시켜 GDP 규모를 최대한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일각에서 전 국민 대상 2차 긴급재난지원금 이야기가 들려온다. 부디 정부가 이번만큼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랄 뿐이다.

안재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