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교수](정동칼럼) 북·미 군사동맹을 제안한다 (경향신문 20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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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6

[정동칼럼]북·미 군사동맹을 제안한다

이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3월6일 우리 특사단이 북한에서 가져온 6개항의 합의문은 그동안 전쟁까지도 걱정했던 북한과 미국 간의 군사대결구도를 일거에 대화의 구도로 바꾸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북한과 미국 간의 군사대결구도에서 우리는 상호 오해, 오인으로 인한 우발적 전쟁발발 가능성에 노심초사하고 있었는데, 이제 남북 정상 간의 핫라인도 열리고, 북한과 미국이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리면서 우발적 전쟁 가능성은 일단 수면 이하로 가라앉았다. 한편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까지만 해도 북한이 논의 자체를 금기시했던 비핵화 의제가 이번에 비교적 구체적으로 다루어졌고, 또 조건부이지만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3월7일 언급한 바와 같이, 앞으로의 여정은 낙관만 할 수 없는 긴 여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는 구도에서 대화와 협상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합의문에서 북한이 제기한 비핵화의 조건인 군사적 위협해소와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이라는 문제만 해도 지난 20년을 넘게 온갖 의심을 다 받은 이슈인데, 이제 그걸 수용해서 북한의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북한 역시 미국의 군사적 위협해소와 체제 안전보장 약속을 여태껏 진정으로 믿지 못했기 때문에 핵을 개발해 왔다는 것인데, 이번에는 어떻게 쉽사리 믿고 핵을 폐기할 수 있을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힘들게 열린 대화가 이런 불신만을 서로 확인하는 장이 되어 다시 대결구도로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그래서 이제 이번 합의문의 여러 가지 함정을 여기서 들추어내기보다는 기왕의 틀을 벗어난 사고와 상상력을 통해 북한과 미국이 공히 거부할 수 없는 창의적인 제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맥락에서 비록 충격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북한·미국 군사동맹 체결’안을 제시해 본다.

만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통 크게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로 가는 여정의 결정적 장애물들을 일거에 제거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하나씩 열거해 본다. 첫째, 북·미 군사동맹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보장을 가장 확실하게 해줄 수 있다. 같은 편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국가가 맺는 관계가 군사동맹이며, 지금의 군사동맹은 제도화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20세기 초반과 같이 수시로 바꾸기가 힘든 관계이다. 만일 북한과 미국이 군사동맹을 맺게 되면 북한은 안전 확보와 핵무기를 교환하게 되고 미국은 북한 핵을 접수하여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다. 둘째, 북·미 군사동맹은 북한을 가장 확실하게 제어하고 정상화시키는 방법이다. 2차대전 종전 후 미국이 일본과 동맹을 맺은 이유 중 하나가 일본의 공격적 재무장을 제어하기 위해서였다. 그 전략은 너무나도 잘 들어맞아 지금 일본과 미국은 최우방으로 바뀌었고, 일본 역시 세계 2위의 경제대국 및 평화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북한과 미국 간에 연합사령부와 같은 제도가 생기고, 상호 간에 정보공유와 공동훈련 등을 하게 된다면 양국 간의 신뢰도는 급상승할 것이다. 셋째, 북한과 미국의 동맹이 체결되면 우리도 남북·미 간의 밀접한 관계가 형성되어 전작권 반환과 군비축소를 신속히 추진할 수 있으며, 남북 간의 통일 논의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사드와 같은 민감한 무기체계도 철수하고, 미국이 남한과 북한을 동맹으로 매개하고 있기 때문에 남남갈등도 상당히 해소될 것이다. 넷째, 북·미동맹의 목표를 지역안정으로 설정하면, 중국의 부상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우려도 상당히 해소할 수 있다. 미군이 중국의 접경지역에 배치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북한 핵이 빠져나간다면 중국도 설득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북한 문제가 해결되면 중국도 군사 및 외교적 변수가 보다 단순화되는 이점이 있다. 다섯째, 동맹이 체결되면 그간의 대북 제재가 일거에 풀리면서 북한의 시장화가 엄청난 속도로 가속화되어 북한의 자유화 및 고도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구상하는 현정부의 비전과도 통하는 길이다. 

한편 동맹이 하나 더 늘어나면 미국 군과 군수산업의 이해도 크게 저촉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만약 미국과 동맹을 맺어 안보우려를 해소하고 싱가포르와 같은 세습 자본주의 부국이 될 수 있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상당히 유혹을 느낄 만하다. 그 과정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도 나올 것이고, 국부로 추앙받을 인물도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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