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교수]“한국 외교 가장 큰 문제점은 위시풀 싱킹” (동아일보 20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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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0

[외교안보]한미관계 권위 박태균 교수

“한미관계는 사실 평온했던 적도, 한국이 바라는 대로 이뤄진 적도 별로 없습니다. ‘위시풀 싱킹(wishful thinking·바라는 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한국 외교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미관계사 분야의 대표적인 학자인 박태균 교수(51·서울대 국제대학원 부원장·사진)의 말이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박 교수는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과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 옌칭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하고 동 대학에서 한국현대사를 강의했으며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2006년) 등의 저서를 냈다. 

1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미국은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서 한국의 손을 들 것’ ‘한중관계가 근접해도 미국은 방관할 것’ ‘중국은 북한을 포기할 것’과 같은 전망을 이른바 ‘위시풀 싱킹’의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그는 “트럼프의 최근 발언은 지지자들을 고려한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방침이 달라질 것이라고 보는 건 우리만의 착각”이라며 “지미 카터 행정부도 의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약대로 주한미군 철수를 1976∼1979년 아주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사드 비용 분담 요구는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는 게 박 교수의 분석이다.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이 미군 주둔지 재조정을 시작했고,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전환한 것과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한동안 잠잠했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트럼프 대통령이 들고나온 건 더 큰 문제의 시작”이라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또 리처드 닉슨 행정부 당시 한미관계가 현재 상황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1969년 당선된 닉슨 대통령은 베트남전쟁으로 미국의 ‘곳간’이 비게 되자 해외 분쟁 개입을 줄이는 한편 동아시아의 긴장을 완화하겠다고 나섰다. 박정희 정부는 한국군이 베트남에 파병한 동안에는 주한미군을 감축하지 않고, 감축한다 해도 사전 협상키로 미국과 협의한 상태였다. 그러나 닉슨은 일방적으로 주한미군 감축을 통보한다. 

“이후 한미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건 닉슨의 생각을 읽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박 대통령이 닉슨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과 같은 상황이 지금도 연출될 수 있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도 그 이상의 보호무역주의가 트럼프 재임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주한미군 감축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새 정부의 대미 정책에 관해서도 조언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한국 쪽에서 먼저 얘기를 꺼낼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우리의 바람과 관계없이 미국은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하고, 그에 따라 전시작전권을 이양하고자 할 것입니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민족주의 감정에 편승해 전작권 환수가 우리 측에 이익인 것처럼 호도하고, 정치 문제화한 건 큰 잘못입니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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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3/all/20170503/84182883/1#csidx61fa5c6d747140eb7d3c23907c659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