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호 교수](차이나 인사이트) 중국 붕괴론은 왜 매번 빗나가고 또 등장하는가 (중앙일보 2017.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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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0

1989년 중국 천안문 사태 이후 유행처럼 등장하는 중국 붕괴론 예측할 때마다

빗나가곤 하자 ‘중국 붕괴론의 붕괴’란 말도 나와

한동안 잠잠하던 중국 붕괴론이 시진핑 집권 이후 다시 등장해
통제 강화와 권력 집중 등으로 공산당 통치 쇠퇴 재촉한다는 것

정종호 현대중국학회 회장·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종호 현대중국학회 회장·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중국의 덩치가 커지며 국제사회에서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됨에 따라 중국의 미래가 어떠할 것이냐에 대한 예측이 활발하다. 낙관적인 ‘중국 세기론’ 또는 ‘팍스 시니카’에서 ‘중국 기회론’ ‘중국 위기론’ ‘중국 위협론’ 등 다양하다. 이 같은 여러 예측 중 학계는 물론 대중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건 가장 비관적 전망인 ‘중국 붕괴론’이다. 주기적으로 등장한 이 중국 붕괴론은 번번이 빗나갔음에도 또 등장한다. 왜 그런 것인가. 
 
유행처럼 등장하는 중국 붕괴론
 

중국 붕괴론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1989년 천안문(天安門) 사태 이후다. 서구 사회는 중국 공산당이 더 이상 집권하지 못하고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처럼 곧 붕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표적인 예언자가 프랜시스 후쿠야마다. 89년 발표한 논문과 92년 출간한 『역사의 종언』에서 그는 서구의 자유민주주의가 공산주의를 무너뜨리고 인간이 만들어낸 정부의 최종적인 형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며, 중국 역시 그런 과정을 거칠 것이라 예측했다.
 
헨리 로웬 미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도 96년 발표한 논문 ‘소장정(The Short March)’에서 소득 증대에 따른 자유화 요구로 중국 공산당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000~8000달러가 되는 2015년께 몰락할 것이라 예언했다. 중국 전문가 아서 윌드런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역시 98년 발표한 글에서 공산당 독재 체제는 시장 도입에 따른 도전을 이겨내지 못하고 10년 안에 무너질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이들의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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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붕괴론은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계 미국인 변호사 고든 창은 2001년 저서 『중국의 몰락』을 통해 구조적 개혁에 소극적인 공산당은 중국이 직면한 수많은 난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결국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인한 충격으로 인해 5~10년 안에 붕괴할 것이라 주장했다. 창은 2011년 중국의 붕괴 시점을 2012년으로 수정했으나 이 역시 틀리고 말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중국 붕괴론이 고개를 들었다. 수출이 타격을 입으면서 중국 경제가 침체되고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를 휩쓴 ‘재스민 혁명’이 중국에도 유입돼 중국 공산당이 곧 무너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됐다. 하지만 웬걸, 중국 경제가 붕괴는커녕 독보적 성장으로 오히려

글로벌 경제의 회복을 이끄는 기관차 역할을 했다.
 
중국 붕괴를 예측한 많은 중국 전문가들은 선지자가 되기보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 신세가 된 것이다. 중국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 예측은 왜 반복적으로 생산되고, 또 왜 그때마다 빗나가는 걸까. 이에 대한 답으로 자신들의 발전 경험으로 중국을 바라보려는 서구의 자민족중심주의(ethnocentrism)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왕원(王文) 중국 런민대학교 교수는 2014년 홍기문고(紅旗文稿)에 기고한 ‘중국 붕괴론의 붕괴’란 글에서 중국 붕괴론의 제기는 ‘워싱턴 컨센서스’와 ‘역사의 종언’과 같은 서구의 관점에 의존한다고 보았다. 자본주의적 경제발전은 자유민주주의로의 이행을 가져온다는 서구 사회의 ‘지배적 통설(prevailing consensus)’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다. 서구의 통설에 내포돼 있는 건 자본주의적 경제발전이 이루어지면 공산당 일당 독재가 붕괴되고 서구식 자유민주주의가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다.
 
중국 공산당의 탄력성과 중국 모델
 

중국이 붕괴설을 일축하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얼까. 1949년 집권한 중국 공산당이 창당 100주년을 맞는 2021년까지 집권한다면 69년 집권한 소련 공산당, 71년의 멕시코 제도혁명당을 제치고 (북한의 노동당을 제외하면) 단일 정당에 의한 연속 집권의 새로운 역사가 쓰인다. 중국 공산당이 건재한 이유는 무언가.
 
이에 대한 답으로 앤드루 네이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권위주의 탄력성(authoritarian resilience)’의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이 놀라운 적응력을 갖고 변화하는 상황과 다양한 도전에 대해 탄력적으로 적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정된 권력 승계, 능력주의에 기반한 인사, 대중의 불만 표출을 위한 채널 형성 등과 같은 일련의 제도화가 중국 공산당의 탄력성을 제고하고 공산당의 내구력을 향상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데이비드 샴보 미 조지워싱턴대 교수도 2008년 저작 『중국의 공산당: 위축과 적응』에서 중국 공산당을 ‘탄력적인 기구’로 파악했다. 레닌주의 방식의 통제 도구들이 약화되긴 했지만 당내 개혁을 포함한 여러 개혁을 통해 다양한 도전에 상당히 효과적으로 적응(adaptation)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 공산당의 탄력성과 적응력은 중국 공산당의 장수 비결을 설명하는 차원을 넘어 이젠 ‘중국 모델(中國模式)’의 제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꺼지지 않는 중국 붕괴론 논쟁
 

한동안 잠잠하던 중국 붕괴론은 샴보가 2015년 ‘다가오는 중국의 붕괴’라는 글을 발표하며 다시 불을 지폈다. 샴보는 “중국 공산당 통치의 종반전이 시작됐으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무자비한 정책이 중국 공산당 통치의 몰락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샴보의 주장은 두 가지 이유로 큰 파장을 불렀다.
 
하나는 샴보가 존경받는 중국 연구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중국 내 영향력과 명성이 대단하다는 점이다. 중국 외교학원이 2015년 1월 발표한 미국의 중국 전문가 순위에서 샴보는 데이비드 램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다른 한 이유는 샴보가 그동안 중국 공산당의 통치 능력을 높게 평가하며 중국 붕괴론을 부인해 왔기 때문이다. 그의 입장 변화는 지난해 출간된 『중국의 미래』에서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샴보에 따르면 98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공산당은 일련의 정치적 개혁을 통해 정치적 통제를 일정 부분 완화하면서 변화하는 상황에 효율적인 탄력성과 적응성을 구사하는 ‘연성 권위주의(soft authoritarianism)’였다. 그러나 점진적 정치개혁을 추진해 왔던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이 은퇴한 2009년부터는 정치개혁의 부재와 가혹한 억압으로 이전에 비해 탄력성이 떨어진 ‘강성(hard) 권위주의’로 변모했다. 특히 2012년 시진핑이 집권한 이후엔 모든 부분에서 통제가 강화되고 시진핑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됨으로써 공산당 통치의 쇠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샴보의 주장은 많은 논쟁을 야기했다. 중국 붕괴에 대한 샴보의 주장에 동조하는 전문가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정치개혁과 경제 전환, 만연한 부패, 중진국 함정 등 중국이 당면한 과제에 대한 그의 문제 제기는 중국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의미가 있다.
 
우리 눈으로 보는 중국의 미래
 

우리의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의 앞날을 어떻게 볼까. 지난 14일 ‘중국은 예측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현대중국학회 춘계학술대회(서울대 중국연구소 공동 주최,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차이나 랩·SK경영경제연구소 후원)에선 다양한 견해가 제시됐다. 중국의 정치·외교 분야에 대해선 안정성이 전망됐다. 조영남 서울대 교수는 시진핑의 권력 집중, 국가-사회 관계의 긴장이 증가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만 이것이 현행 정치 체제에 불안정까지 초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시진핑 정부가 기존 국제 질서에 대한 ‘변경’ 시도보다 ‘보완’을 선택하고 있어 미·중의 공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반면 경제는 고통스러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왕윤종 가톨릭대 교수는 주장했다. 민영기업의 창의와 혁신을 진작시킬 수 있는 포용적 경제제도에 걸맞은 포용적 정치제도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백승욱 중앙대 교수는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진 중국 사회의 관리를 위해 중국 공산당이 사회 서비스를 늘리면서도 자율적 영역을 통제하는 ‘사회 치리(治理)’ 정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지속 가능성엔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한편 전인갑 서강대 교수는 중국의 미래를 예측할 때 중국인의 특징적 사유 방식인 회통(會通)적 사유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를 청산과 부정의 대상이 아니라 내포와 유신(維新)의 대상으로 인식하기에 과거와 현재의 관통을 통해 미래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의 미래는 중화 문화의 계승과 연속을 전제로 펼쳐질 것이란 이야기다.

[출처: 중앙일보] [차이나 인사이트] 중국 붕괴론은 왜 매번 빗나가고 또 등장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