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희 교수](전문가기고) ‘잃어버린 20년’넘어 부활한 일본 (조선일보 2017.3.13)


Publications by Faculties
2017-10-20

['잃어버린 20년' 넘어 부활한 日本] 전문가 기고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얼마 전 도쿄 마루노우치에 가보고 격세지감이 들었다. '잃어버린 20년' 때는 낡고 허름한 건물이 밀집한 구도심이었는데, 지금은 1박에 15만엔에서 시작하는 최고급 아만호텔을 포함한 랜드마크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웅장한 건축물 사이로 노천 카페와 신기한 상점이 이어졌고, 지하는 인근 오테마치와 긴자까지 수㎞에 걸쳐 지하상가와 지하철로 연결돼 있었다.

멋진 건물로만 치면 서울 광화문도 포시즌스호텔과 D타워가 들어섰다. 하지만 우리는 이거 둘뿐인데, 마루노우치는 이런 게 수십여개나 된다.

우리는 도심 재개발을 몇 번 했지만 청계천 빼곤 국민이 박수 친 사업이 별로 없다. 낡고 지저분한 공간을 일반인 발길이 닿는 모던한 '생활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게 청계천 사업이다. 하지만 다른 사업은 시민들 라이프 스타일과 상관없이 전시용으로 추진된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일본은 장기 불황을 견디면서도 청계천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더 멋지게 도쿄 도심을 재개발했다.
 

건물 사이 사이 '보행자 천국'

건물 사이 사이 '보행자 천국' - 일본 도쿄 마루노우치 나카도리에 상점과 노천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다. 나카도리는 평일 낮에도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보행자 천국’이다. /미쓰비시지쇼 제공

정치인이 치적 세우려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사업이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해당 지역에 부동산을 많 이 갖고 있는 대기업이 자기네 건물뿐 아니라 주변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청사진을 만들고, "이렇게 고치면 모두가 경제적으로 이익을 본다"고 주변을 설득했다. 난개발이 되지 않게 전문가·시민·구청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반영했다. 정부는 사업 진행 과정을 지켜보며 '규제 완화'로 막힌 길을 뚫어줬다. 민관이 힘을 합쳐 도쿄 도심 자체의 가치를 끌어올린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13/201703130026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