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교수](정동칼럼) 젊은이들이 나서야 하는 진짜 이유 (경향신문 20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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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0

총선이 약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항상 그렇듯이 총선 전에 회자되던 시대정신을 담은 주요 담론들은 총선일이 다가올수록 쪼그라들고 각 지역구 유권자의 눈과 귀를 빼앗는 구호나 비방, 연기, 말꼬리 잡기 등이 부각되기 마련이다. 일단 당선이 되어야 시대정신을 구현할 힘이 생기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의 표를 향한 이런 현실적인 선거풍경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후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심부름꾼을 자처하던 후보들이 일순 의원나리가 되는 것이 선거 후에 가장 눈에 띄는 변화이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이들 의원나리들이 이제부터는 구호나 연기보다는 본격적으로 시대정신을 정책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물론 계속 구호나 연기와 같은 “극장정치”를 전문으로 하는 의원들이 많이 있겠지만, 우리 시민들이 의원들로 하여금 시대정신을 제대로 다루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다른 나라에 못지않게 훤히 밝히는 역할을 하도록 지속적으로 떠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총선 전부터 다루어왔던 주요한 시대정신 담론을 지식인들이 재차 끄집어낼 필요가 있다.

모두가 동의하듯이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시대정신 담론은 “불평등” 담론이다. 상위 소수와 나머지 다수 간의 불평등, 도시와 지방 간의 불평등,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불평등, 세대 간의 불평등, 남녀 간의 불평등, 금수저와 흙수저 간의 불평등 등 불평등의 문제는 도처에 깔려 있다. 이 불평등의 담론은 아마도 많은 정치인 지식인들이 앞으로 계속 문제제기를 해 나가겠지만 필자가 이에 더해 조금 더 강조하고 싶은 시대정신 담론이 있다면 그건 “세대담론”이다.

여기서 말하는 세대담론은 단순히 젊은 세대의 실업률과 불평등 문제에 국한하는 불평등 담론의 곁가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주도세력 교체와 관계되는 좀 더 굵직한 시대정신 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대담론이 중요한 이유는 지금이 시대의 패러다임이 교체되는 전환기이고, 현재의 주도세력은 그 새로운 패러다임을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현재의 젊은 세대는 변화하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함께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교육을 받은 세대이기 때문에 전환기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나라와 시대를 이끌고 갈 기초가 이미 마련되어 있는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비유컨대 19세기 말 근대화로 패러다임이 변화할 때 더 이상 옛 중화질서의 조선 유학자들이 나라를 끌고 갈 수 없었던 것과 같이, 그리고 근대 교육을 받은 근대적 엘리트가 주도세력이 된 후에 비로소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었던 것과 같이 지금이 그러한 전환기이고 세대교체의 시기인 것이다. 서당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퇴출되고 근대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주도세력의 자리를 차지했던 것처럼, 근대 아날로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이제는 디지털 지식과 문화가 몸으로 체화된 젊은 세대에게 나라를 이끄는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할 때가 무르익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는 선두주자인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래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을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 등의 놀랄 만큼 젊은 연령과 도전적인 성장배경 등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이들이 선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우리도 벌써 익숙한 인터넷 기반의 경제에서 폭발한 디지털 혁명이며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와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지워버리고, 우리가 사는 시스템 그 자체를 본질적으로 바꾸는 혁명을 의미한다. 알파고를 통해서 우리가 경험한 인공지능이 바로 그 패러다임을 표상하고 있다.

대저 이러한 전환기는 선대보다 후대가 나라를 이끄는 경쟁력이 훨씬 뛰어난 역사상 몇 안되는 시기인데,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시기, 그리고 지금이 또 한 번의 시기이다.

선대는 기존의 패러다임에 매몰되어 있는 반면 후대는 이미 새로운 패러다임을 어려서부터 경험하고 교육받아왔기 때문이다. 이제 솔직히 세상의 변화를 더 잘 보고,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들은 디지털 혁명 세대의 젊은이들이지 통제된 조직과 근대적 상식에 익숙한 현대의 서당세대는 아니다. 

서글픈 일이지만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쏟아지는 새로운 기계와 연결과 언어에 대해서 배우고 선도하기에는 아무리 재교육을 받는다 하더라도 필자를 포함한 나이 든 세대는 이미 젊은 세대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이것이 젊은이들이 전면으로 나서야 하는 진짜 이유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90308&artid=201604072047005#csidxa4c17645d78f223a1bd869d6337e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