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희 교수](오피니언 포럼) 北 스스로는 핵·미사일 포기 않는다 (문화일보 201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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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3

[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2년 12월 13일(木)
 
北 스스로는 핵·미사일 포기 않는다 
   
박철희/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정치학

북한은 지난 10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명의로 운반 로켓 1단 조종발동기가 기술적 결함이 있어 발사를 29일까지 연기할 수 있다고 발표한 지 불과 이틀도 안 된 12일 오전 전격적으로 장거리 로켓을 쏘아 올렸다. 한국의 이지스함이 방심하지 않고 로켓 발사 궤적을 정확하게 추적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북한은 중국마저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신중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다. 중국에조차 사전 통고를 했다는 흔적이 없다. 장거리 로켓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제1718호와 제1874호에 정면 위배되는 행위임을 모를 리 없는 북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은 김정일 사망 1주기인 12월에 2012년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로 만들겠다던 김정일의 유훈(遺訓)을 실행에 옮기려는 강박 관념의 표현으로 보인다. 자랑거리라곤 별로 없는 북한 주민들에게 체제에 자부심을 심어주고 안보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내부결속용임은 두말할 나위없다. 미사일 발사에 천문학적 비용을 들이는 것은 북한 주민에게 식량을 구해주는 것보다 체제 안보에 대한 자신감 획득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것이다.

미국의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도 인정했듯이, 북한은 이번에 탑재물의 위성 궤도 진입에까지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발사는 또한 사거리 1만㎞ 이상을 날아갈 수 있는 발사체 실험에 버금간다. 이것은 북한이 핵을 개발한 이후 탄도미사일 개발에 주력해 잠재적으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됐고, 핵물질·핵무기에 이어 핵무기 운반능력까지 갖춘 ‘핵보유국’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는 북한이 체제 내부의 논리를 가장 중시해서 움직이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 북한의 예측 불가능성과 내부 논리 우선은 한·미·일은 물론 중국에까지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를 결의하고 이를 이행함에 있어 중국도 북한만을 옹호하는 논리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향후 핵무기와 운반 수단이 결합된 북한의 미사일이 반드시 미국을 향해서만 날아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에 핵을 개발한다는 북한의 논리는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진실의 극히 일면에 불과하다. 한·미·일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사거리에 들어 있는 모든 국가가 북한에 대한 설득과 제재에 동참할 때다.

북한은 잊힐 만하면 군사적인 도발로 세계의 주목을 끈다. 가진 건 없지만 핵과 미사일 등 군사 능력으로 안보 불안에 걸린 불량국들에 자기 무기를 수출해서 먹고 산다. 북한이 개발하는 무기를 필요로 하는 국가와 세력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북한의 핵무기나 장거리 미사일이 테러 집단이나 국제질서에 위협적인 국가들에 넘어가지 않도록 국제사회 전체가 가일층 경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진전되고 있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를 손에서 내려놓을 때까지 인내심있게 기다리겠다는 노선은 북한에 핵 능력을 보강할 시간을 안겨줬다. 대화의 빗장을 열고 북한이 원하는 것을 건네주면 핵 문제 해결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인식도 장밋빛 환상에 불과하다. 활동 중지 상태인 6자회담을 다시 재가동하는 게 출발점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두고 관련 주요 당사국이 모여 있고, 약속사항을 상호 검증하고 이행할 수 있는 다자 협의체라는 점에서 6자회담은 여전히 유효한 대화체다. 6자가 못 모인다면, 북한을 제외한 5자라도 모여 앉아 북한의 비핵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숙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