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교수] "21세기 대한민국, 봉건적 신분 사회로 변하고 있다" (프레시안 201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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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2

[객원][이근 칼럼] "21세기 대한민국, 봉건적 신분 사회로 변하고 있다" (2040 세대와 테크놀러주아지 <上>) 

 
기사입력 2011-10-31 오전 11:17:08


1. 신분제 사회의 문제점

보통 신분제 사회라 하면 유럽의 중세 봉건사회나 조선시대를 지칭한다. 신분제 사회는 특정 신분으로 태어나면 일생 운명이 그 신분에 의해 결정되어 버린다. 특히 성직자나 귀족, 양반과 같이 상위 특권 신분으로 태어나면 대부분의 경우 평생 힘 안들이고 부와 권력을 물려받아 신나게 살 수 있다.

이러한 신분 사회는 공평무사하지 않다. 대개의 경우 특권 신분은 고달픈 부역을 면하고, 그들만의 리그 혹은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다른 신분에 대한 진입장벽을 견고하게 세워놓는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네트워크는 결혼이나 신분적 이익을 공유한 인적 결합을 통해 만들어지고, 공권력은 이러한 신분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된다.

아무리 능력이 있고 열심히 일해도 하위의 신분은 운 나쁘게 태어난 죄로 고달픈 생을 살다가 마감해야 한다. 이러한 신분제 사회라는 앙시엥 레짐에 대항해 능력 있고 열심히 일하던 부르주아지가 민중과 함께 혁명을 일으킨 것이 1789년 프랑스 혁명이다.

2. 신분 사회의 재등장

그런데 놀랍게도 이러한 봉건적 형태의 신분제 사회가 21세기 대한민국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 겉모습은 근대 자본주의 사회이지만 내용은 신분제 사회와 다름없다. 특정 상위 계층의 사람들은(모두 그렇진 않지만) 군대를 안 갔다 와도, 즉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를 지키지 않아도 국가의 고위직에 올라 마치 국가의 주인인 양 행세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심각한 안보의 위기가 발생해 안보관계자 고위직회의에서 군대에 갔다 온 사람을 찾기가 힘들 정도라면 특권 신분제 사회가 아닐 수 없다. 군대는 평민이 갔다 오고, 고관대작은 이들에게 명령만 내리면 되는 사회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안보 정책이 과도하게 강성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많은 정치학 연구가 증명하고 있다. 왜냐하면 명령을 내리는 사람 따로 있고 목숨을 바쳐 전쟁에 나가는 사람 따로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층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회 지도층에서도 병역의 의혹은 끊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들은 사회 지도층이다. 그런 점에서 연예인은 아직 특권적 신분 사회의 상층부를 형성하지 못한다. 군대를 빼면 아예 아웃되기 때문이다.

납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고의적으로 탈세를 해도 국민을 대표하는 고위직에 오르고 사회 지도층이 되고 있다. 평민은 세금을 조금만 안 내도 난리가 나는데, 사회 지도층은 거액의 탈세를 해도 온갖 변호인과 인맥을 동원해 빠져 나온다. 그리고 정직하게 살자고 한마디 하면서 사회 지도층의 역할을 한다. 마치 조선시대 양반이 온갖 부역에서 면제되던 것을 연상하게 된다.

거기다 한국이 봉건적 신분 사회의 모습을 닮아가는 더욱 심각한 이유는 신분과 직위가 세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야 하건만 자본주의 사회의 최고 권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재벌의 경영권이 2세, 3세라는 이유만으로 세습되고, 대형교회의 목사직이 세습되곤 한다. 물론 가업을 물려받는 것 자체를 문제시 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능력과 경력을 가진 사람과 경쟁해 공정한 절차와 검증을 거쳐 직위를 인정받는 것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 과정으로 최상위 직위가 선택되는지에 대하여 국민의 대다수가 의문을 품고 있다. 더군다나 많은 재벌 기업들은 금융위기가 터져 힘들 때 국민들이 금도 모으고 세금도 내서 구제해 준 기업들이다. 이 역시 조선시대 양반과 평민의 구분을 연상케 한다. 평민은 세금을 내고 양반은 신분을 유지한다. 일부 대형교회의 문제는 너무나도 자주 보도되어 여기서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전직 외교 부장관이 물러나게 된 계기가 된 외교부의 '장관 딸' 인사 파동도 같은 맥락이다.

 

3. 국가란 무엇인가? 신분 질서의 보호자

이명박 정부 들어 유난히 심각해진 문제는 국가의 공권력과 여당, 그리고 메이저 언론이 이러한 신분 사회를 유지하고 공고하게 하는데 빈번히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청문회는 있으나마나 한 절차가 되어 버렸고, 문제가 된 사람은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 같이 보였지만 다시 회전문으로 돌아온다. 특정 소수의 상위층에만 혜택이 가는 경제 정책이 주로 사용되었고 이러한 불공정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서민 정책과 복지의 문제를 제기하면 '포퓰리즘이다' '사회주의다' '친북이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등과 같은 근거 없는 공격으로 인격살인을 한다. 범법을 저질러도 특권층은 대충 피해가거나 적당한 시기에 사면된다.

이러한 불공정에 항의를 하고 시위를 하면 공권력을 동원해 조사가 들어오고, 기소되고, 잡아가기도 한다. 국가와 여당이 국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특권층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마치 중세 봉건사회와 조선시대를 연상시킨다.

4. 선진화, 강남좌파, 종북 세력

서울 강남에 사는 사람들 중에도 이 정도의 특권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근대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면 봉건적 신분제 사회가 형성되어 불공정하게 직위와 신분과 특권이 세습되는 것을 당연시하며 반길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이러한 신분제 사회가 형성되고 국가의 공권력과 여당, 그리고 주요 언론이 이를 보호하고 유지 확대시키는 역할을 할 때 이를 강남에 사는 사람이 비판하면 '강남좌파'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현 정부에 들어와서 이러한 신분제 사회의 유지와 공고화가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다.

또한 이러한 신분제 사회를 비판하는 사람은 종북 세력, 좌파로 몰린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오히려 근대화 세력, 민주주의 세력이라고 불려야 마땅하다.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대한민국이 종북 세력, 좌파에 의해 점령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봉건적 신분제 사회가 재등장하고 있고, 국가 권력이 사유화되어 이들을 보호하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2040 세대가 현 정부와 여당에게 등을 돌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야당도 이러한 봉건적 신분 사회의 재등장을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하며, 어떤 경우에는 그 질서에 편입되기도 하니 가장 근대적인 2040 세대가 야당에게도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 안철수 현상과 서울시장 선거, 대한민국의 변화에 관한 3편의 글을 시리즈로 올립니다. 두 번째 글 '2040 세대는 누구인가? 테크놀러주아지의 등장'은 2040 세대가 신분 사회에 대해 그 윗세대에 비해 왜 특별히 반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분석합니다. 세 번째 글은 '액정사회의 도래와 테크놀러주아지의 비폭력 사회변혁'에 관한 글입니다.


● 싱크탱크 미래智

'안철수 현상'으로 대표되는 2040 세대를 위한 담론의 생산과 정책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싱크탱크입니다. '미래智'는 대한민국의 미래세대인 2040 세대의 정체성을 소위 '테크놀러주아지'(technologeoisie=technology+bourgeoisie)로 파악하고, 그들의 자기 실현을 가로막는 장벽이 무엇인지를 알아내 그 장벽을 제거하고 그들이 꿈을 펼칠 사회의 비전을 만들고자 합니다.

물론 2040 세대는 생물학적 나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테크놀러주아지적 사고와 정체성을 가진 집단을 의미합니다. 대한민국 최초로 2040 세대를 대상으로, 그들에게 익숙한 문화적인 방법으로 담론을 만들고 전달하는 신개념 싱크탱크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www.miraege.com으로 와서 보세요.

 

프레시안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싱크탱크 ‘미래智’ 원장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11031105750§ion=03

 

PS.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님과 통화한~"프레시안의 기사전재에 대한 공식입장 요약"~"원칙적으로 기사 전재보다는 기사일부를 발췌등록하고 링크 연결하여 프레시안에 접속하여 열람 방식을 권장함, 개인 비영리 블로거에 대해서는 신 저작권법을 적용, 기사전재에 대해 강하게 제재 입장은 아니며, 기사출처 명시의 경우엔 암묵적으로 묵인 상태임"~이 공식입장임을 밝혀드립니다. 성실히 답변해 주신 강양구 기자님께 지면으로 감사인사를 올립니다.<벙어리구름 아운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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