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휘창 교수]사회적 책임 넘어 사회적 기회 창출… ‘CSV’로 기업-사회 윈윈(DBR 201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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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4

 [DBR 스페셜]사회적 책임 넘어 사회적 기회 창출… ‘CSV’로 기업-사회 윈윈 
 
기사입력 2011-10-21 03:00:00 기사수정 2011-10-21 06:08:59
     
기업사회적 활동은 4단계 구분

동아일보와 종합편성TV 채널A가 12월 6일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 등을 초청해 개최하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의 주제는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이다. CSV는 기업의 수익 활동과 사회적 가치가 교차하는 영역을 찾아내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함으로써 기업의 수익을 올리면서 동시에 사회 문제도 해결하자는 개념이다(동아비즈니스포럼의 세부 내용은 포럼 홈페이지 www.dongaforum.com 참조).

CSV를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명료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적 활동은 생존, 자기만족, 이미지 제고, 경쟁력 강화 등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크게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처음 두 단계, 즉 생존과 자기만족을 위한 사회적 활동은 기업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추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이미지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나머지 두 단계의 사회적 활동은 사회와 기업 모두가 이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 기회(CSO·Corporate Social Opportunity)’라고 볼 수 있다. 이 네 가지 단계 중 마지막 단계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의 사회적 활동이야말로 CSV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라고 할 수 있다.

○1단계: 생존을 위한 사회적 활동(CSR for Survival)

미국의 시민운동가들은 2000년 스타벅스의 불공정 거래로 개발도상국 농부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못 받는다며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이려 했다. 이에 스타벅스는 공정무역 인증 커피를 구매하기로 약속하며 시민단체의 요구를 반영했다. 스타벅스 사례처럼 기업은 사회적 압력에 의해 또는 사회적 반발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비자발적으로 CSR를 이행한다. 큰 손실을 본다고 해도 CSR를 이행해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사회적 활동 비용은 어쩔 수 없는 지출로 여긴다.

○2단계: 자기만족을 위한 사회적 활동(CSR for Self-satisfaction)

최고경영자(CEO)나 기업의 도덕적 철학을 따르는 ‘도덕적 만족형’, 봉사활동을 통해 얻는 자기만족을 위해 CSR를 펼치는 ‘자아 도취형’이 여기에 포함된다. 기업 철학에 따라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펼치거나 CEO의 특명 아래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기업은 CSR를 통해 자기만족을 얻기 때문에 재정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해도 이를 감수하고 활동을 지속한다. 기업이 입는 손해가 ‘생존을 위한 CSR’보다 적더라도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한다는 점은 앞 단계와 마찬가지다.

○3단계: 이미지 제고를 위한 사회적 기회 창출(CSO for Image)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대중에게 노출해 ‘착한’ 이미지로 기업 브랜드 가치 제고를 추구하는 전략이다.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통한 이익 증진을 꾀하며 기업의 사회적 활동은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이때 기업이 명심해야 할 점은 시장에는 ‘착한 것에 호감을 느끼는 사람’ 못지않게 가격 대비 가치를 따지는 ‘합리적인 소비자’가 많다는 점이다. 설령 마음속으론 착한 기업을 선호하더라도 정작 구매 시점에서는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많다. 따라서 제품의 경쟁력이 높지 않으면 이 단계의 사회적 활동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4단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회적 기회 창출(CSO for Competitiveness)

사회적 활동을 기업의 전략과 융화해 기업의 본업 또는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이 단계에서는 ‘생산효율성 향상’과 ‘차별화’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경쟁력 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업은 사회적 활동을 통해 원가를 줄이고 생산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월마트의 포장감축 정책, 코카콜라의 에너지 효율적 자판기 설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도요타가 세계 최초로 내놓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는 CSO가 차별화 전략으로 발현돼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도요타는 미국 시장의 엄격한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장애물이 아닌 기회로 보고 전기 자동차 연구에 매진해 1997년 프리우스를 내놓았다. 이로 인해 도요타는 ‘친환경 자동차의 선구자’라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고 기존 가솔린 자동차와 전혀 다른 기술 및 경쟁의 장을 열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4단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CSO는 사회와 기업이 더 큰 가치를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측면에서 포터 교수가 주장한 CSV와 맥을 같이한다. CSV는 원칙이 친기업적이기 때문에 기업들도 지속적으로, 그리고 더욱 효율적으로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이렇게 혜택을 받는 사회는 다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http://news.donga.com/3/all/20111020/412658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