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호 교수]개도국 지원 새 지평 연 한류(세계일보 201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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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9

[박태호 칼럼] 개도국 지원 새 지평 연 한류
  
경제지원 외 지식공유 사업 큰 호응
정부차원 총괄조정기능 마련돼야

개발원조 수혜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이제 공적개발원조(ODA) 공여국으로 전환해 개도국 지원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ODA 규모는 아직 그리 크지 못하다. 2010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ODA는 총 11억7000만 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3개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 중 18위를 차지했다. 국민총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0.12%로 DAC 회원국 평균치 0.32%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최근 들어 개도국의 경제개발이 같이 이루어지지 않고선 ‘지속가능’한 세계경제성장이 어렵다는 것이 대세로 받아들여지면서 ODA가 다시 중요한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반세기 만에 획기적인 경제발전을 이룬 우리나라의 ODA 사업은 앞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한국은 적은 규모의 ODA로 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방안으로 2003년부터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경험과 지식을 개도국에 전수하는 지식공유사업(KSP)을 실시해 오고 있다. KSP는 물질적 지원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독특한 개발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 개도국이 스스로 경제개발을 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 주자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21개국을 대상으로 총 216개 KSP가 추진됐다고 한다. 대상국은 물론 분야도 매우 다양해 지금까지의 KSP를 일률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앞으로 KSP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선, KSP 대상국에 대한 밑그림을 체계적으로 그릴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지원대상국 선정이 다소 임의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인상을 준 것이 사실이다. 경제, 자원, 안보 및 지역협력, 최빈국 지원 등 기준을 정해 KSP 추진 로드맵을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두 번째로, KSP 대상국이 요구하는 사업에 가장 적합한 전문가를 참여시켜야 한다. 사실 이 부분이 KSP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인이다. 여기서 문제는 KSP 사업이 주로 교수나 연구원 등 학자에 의해 추진돼 우리나라의 과거 경제개발을 직접 경험한 인사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KSP 관련 차세대 전문가를 키워낸다는 측면에서 가급적 개도국 경제개발에 관심이 많은 대학원 또는 대학생을 참여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세 번째로, 우리나라가 잘 전수할 수 있는 개발경험을 선정해 주요 분야별로 모듈(Module)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분야별 모듈은 우리나라의 개발경험을 나열한 ‘메뉴’(Menu) 역할을 하게 돼 지원 대상국의 수요를 파악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추진된 KSP 중 비교적 모범적으로 진행된 사업을 선정해 앞으로 KSP를 맡을 연구팀에 가이드라인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정부는 KSP를 총괄조정하는 기능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정부 부처는 물론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대학까지도 KSP를 추진하거나 추진 계획을 세우고 있다. KSP는 수요가 다양하다는 측면에서 여러 기관에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총괄조정을 하지 않으면 사업이 중복돼 예산이 낭비될뿐더러 사업수행에서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ODA 규모가 확대되고 있지만 앞으로도 상당기간 다른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경제발전경험을 바탕으로 한 KSP를 효과적으로 추진한다면 우리나라가 개도국지원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경제학
 
http://www.segye.com/Articles/News/Opinion/Article.asp?aid=20110918003191&cid=0101100501000&sid=2000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