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호 교수]한·미FTA 출범, 더 지체 말아야(매일경제 201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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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5

 [기고] 한·미FTA 출범, 더 지체 말아야 
     
   미국 의회는 지난 7월 7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 초안을 채택했다. 남은 절차는 백악관이 FTA 최종 이행법안을 제출해서 의회 승인을 받는 것이다. 다만 금년 봄에 종료된 무역조정지원제도(TAA) 연장에 대해 공화당과 행정부 사이에 이견이 있어 확실한 전망을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통상전문가들은 오는 9월 미국 의회에서 한ㆍ미 FTA 비준안이 승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한ㆍ미 FTA에 대해 미국 의회가 초당적으로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지도자들이 4년 이상 표류하고 있는 한ㆍ미 FTA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미국 내에 이와 같은 기류가 형성된 데에는 한ㆍ미 FTA보다 훨씬 늦게 종료된 한ㆍ유럽연합(EU) FTA가 7월 1일부터 먼저 발효된 것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한ㆍ미 FTA 출범을 위한 노력이 다시 전개되고 있다. 정부는 한ㆍ미 FTA 비준안을 국회 상임위에 제출했고, 지난번에 열린 여야 영수회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ㆍ미 FTA 비준안 국회 처리에 대해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황은 미국과 달리 한ㆍ미 FTA에 대한 정치권의 주장이 갈려 있다. 정부와 여당은 한ㆍ미 FTA 출범을 위한 국회 비준 절차를 이른 시일 안에 마무리하자는 주장인 반면 야당은 한ㆍ미 FTA 추가 협상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이유로 한ㆍ미 FTA 비준안 처리 반대 의견을 취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ㆍ미 FTA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ㆍ미 FTA를 추진할 당시 우리 정부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미국 시장에서 우리 상품 점유율을 높이는 동시에 개방을 통해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고, 둘째는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경제 통합에 대비해 우리의 통상관계를 다변화한다는 것이며, 셋째는 지역주의 파고를 넘고 우리나라를 동아시아에서 FTA 허브로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ㆍ미 FTA 추진은 양자 간 FTA 차원을 넘어 미래 국가발전전략의 하나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한ㆍ미 FTA의 전략적 중요성은 추진 직후 바로 현실로 나타났다. 한ㆍ미 FTA 협상이 진행되자 EU는 물론 중국이 한국과 FTA를 추진하는 데 관심을 보였으며 일본 또한 중단된 FTA 협상 재개를 요청해 왔다. 역설적이지만 한ㆍ미 FTA보다 뒤늦게 진행된 한ㆍEU FTA는 이미 출범하였고 정작 한ㆍ미 FTA는 지연되면서 경제적 이익은 물론 그 전략적 가치 또한 줄어들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한ㆍ미 FTA를 더 큰 관점에서 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미래에 얼마나 많은 이득을 보게 될 것인지에 관심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한ㆍ미 FTA 출범이 지체되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의 실현 또한 지체된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EU 국가들에 우리 시장을 개방한 상태에서 한ㆍ미 FTA 출범을 지연하는 것은 추가 개방 없이 얻을 수 있는 우리의 대미 수출 확대 기회를 포기하는 것과 같음을 알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동차 관련 추가 협상 결과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한ㆍ미 FTA 출범에 결정적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더구나 국내 자동차업계가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있고, 오히려 자동차부품 수출 기회 확대를 위해 한ㆍ미 FTA 출범을 서둘러 달라는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수년 전 파이낸셜타임스 사설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발도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한ㆍ미 FTA 출범을 더 이상 지체시켜서는 안 된다.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국가 장래를 위해 초당적인 결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해 본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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