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록 교수](기고) 그래도 中 소비시장개척이다 (서울경제 2019.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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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31

2018년 경제계는 온통 미중 무역분쟁,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 주 52시간 노동과 연계된 최저임금 적용 우려로 점철됐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진을 교체하면서 경제 문제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어 다행이다. 한중 무역은 우리 무역신장률 8.7%(추정치)보다 높은 12.4% 증가된 2,700억달러로 전망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나, 사드(THAAD) 사태가 우려만큼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사드 사태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일부 업체들이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로 설비를 움직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전열을 정비해 중국 소비시장을 체계적으로 진출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첫째, 중국의 정책 방향이다. 중국은 2018년 국내총생산(GDP)이 13조달러, 인당 소득은 9,000달러를 각각 넘어설 것이다. 소비가 50%를 약간 넘는 7조달러로 추정되고 있고 신장률도 높다. 연간 평균 5,000억달러 정도의 소비가 늘어난다. 정부도 적극적이다. 중국은 소속직장에서 적어도 봄과 가을에 국내여행을 하게 해준다. 일본의 경우 단순히 바우처만을 지급해 최종소비로 연결시키지 못한 경험이 있다. 반면 중국은 숙박비 지급, 관광명소 입장권 구매 등을 통해 소비가 한번은 강제적으로 일어나게 한다. 손이 바뀌는 것이다. 그만큼 효과가 있다. 적어도 실사구시적 관리능력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선진국 소비 비중이 70% 이상이라는 점에 비춰 소비확장 여력은 20%포인트 이상이다. 정부 정책이 유기적으로 집행된다면 여태껏 진행된 투자주도 성장보다는 다소 느리겠지만, 성장동력은 계속 살아 있다. 

둘째, 중국인의 왕성한 소비욕구다. 매년 11월11일 독신자의 날 행사에 알리바바 등이 거둔 엄청난 매출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사실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상위 20%에 해당하는 2억8,000만명의 인당 소득은 우리의 반인 1만5,000여달러다. 상위 4%인 6,000만명은 6만달러를 넘는다. 특히 이들은 도시에 집중돼 있다. 5성급 호텔 등 최고급은 다소 한산하다. 소위 중앙정부의 강력한 접대회식문화 개입의 결과다. 우리나라와 엇비슷하다. 하지만 뒷골목상권, 전국의 관광지는 북적인다. 특히 가족단위의 모임이 성행하고 있다. 그만큼 중산층이 편하게 지갑을 열고 있다. 부유층은 해외 관광시장의 큰손이 된 지 오래다. 세계 명품을 싹쓸이한다든지, 일본의 온천문화에 열광하고 있다. 아마도 중국인의 DNA에는 사치라는 요소가 어느 시대에나 스며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으로, 중국 주도의 아시아 시대도 대비해야 한다. 신실크로드 프로젝트 추진만이 아니다. 우리도 중국에 착근해야 한다. 지금 철수하면 다시 들어가기 어렵다. 미중 무역분쟁도 결국은 안정화될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궁극적으로는 공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중 무역 압박이 그렇게 강력했었는데도, 중국의 대미 수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앞으로 경제발전은, 결국 소비시장의 크기, 제조업 가치사슬 참여도, 그리고 인적자본 구비 정도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 점에서 중국의 위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다. 일본과 미국 학계에서는 미국의 경제적 주도권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기 시작했다.  

막대한 소비수요가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 시장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중소·중견기업체들이 세계 유수 메이커들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통해 경험을 축적했다. 대단한 자산이다. 이는 중국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동대문 옷가게에 중국 보따리상들이 계속 몰리고 있다고 한다. 무척 고무적이다. 폭발적인 수요에 중국 국내물건만으로는 댈 수 없다는 반증이다. 이제 막 대중(大衆) 소비의 초입이다. 중소·중견기업이 중국 내수시장을 뚫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은 없을까? 중국에서 유학한 젊은이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을 제도적으로 중소·중견기업과 연결시킬 수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체복무와 연계시킬 수도 있다. 중국과의 교류에 관심이 있는 자격 있는 중소·중견기업에 이들을 10여명씩 단위로 파견근무하게 해서 언어소통 등 현지 길잡이로 활용할 수 있다. 이들에게 추가보수를 지급해 제대 후 창업자금으로 활용할 수도 있게 할 수 있다. 물론 현지 경험이 풍부한 은퇴자들을 멘토로 활용할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동시에 현지 공관의 통상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익히 아는 베이징·상하이·충칭·광저우 등은 시장포화가 일어났다. 다행히 인근 도시에서 집중적인 마케팅을 펼칠 여지는 충분하다. 1,000만명 이상 거주 도시가 13개, 500만명 이상이 88개나 된다. 100만명 이상 거주 도시는 300개가 넘는다. 소비주체가 이들 도시에 집중돼 있다. 시장개척 여지는 무궁무진하다. 현지 공관, KOTRA 등 공공기관, 한국상회, 현지 진출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소비시장을 개척해내야만 한다.

베트남에도 진출한 한 중견 화장품 제조업체 회장님의 넋두리가 의미심장하다. “우리나라는 역시 중국에서 잘 팔아야지 산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VE0TEDZ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