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교수](정동칼럼)북한은 우리가 희망하는 길로만 갈까? (경향신문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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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4

[정동칼럼] 북한은 우리가 희망하는 길로만 갈까?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번에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하여 비판적인 시각의 글을 쓰고자 한다. 비판적인 시각의 글이 갖는 의미가 여태까지의 노력을 다 덮자는 것이 아니라,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나 갑자기, 너무나 희망적으로만, 너무나 빨리 달려오다 보니, 혹 북한이 생각하는 궁극적 목표와 우리가 생각하는 목표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점검해 보자는 차원이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우리와 미국, 그리고 국제사회의 비난 및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거듭하면서 2017년 11월29일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였다. 그사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화염과 분노, 완전한 파괴 등의 발언으로 한반도의 긴장은 높아만 갔고, 2018년 초에는 북한에 대한 군사작전을 의미하는 미국의 코피 작전(bloody nose strike) 얘기마저 흘러나왔다. 그러던 한반도에 갑작스럽게 평화무드가 찾아온 것은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 약 한달 후이다. 북한은 2018년 1월 신년사에서 전격적으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고, 남북 간에 활발한 접촉을 시작한다. 올림픽 기간에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청와대를 방문하여 우리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의사를 전달하였고, 3월8일에는 북한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우리 특사단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의사를 전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락하였다. 

이때부터 한반도의 모든 상황이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4월27일과 5월26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으며, 6월12일에는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돼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선언하게 된다. 그리고 9월18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열리고 여기서 남북 정상은 미국을 향하여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그리고 영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수 있으며 미국으로부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받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발신한다. 한편 미국은 6월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의 진정성을 믿기 위한 증거로 북한 핵 프로그램의 전면적인 신고를 먼저 요구하면서, 위의 상응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응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핵신고는 선제타격 리스트를 미국에 넘기는 것과 같다고 반발하고, 이제 정상회담과 관련 남북, 북·미가 다 멈추어 있다.

2018년은 정말 쏜살같이 달려온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자체적으로 갑자기 국면을 전환해서 정상회담을 주도해 왔고, 우리와 미국은 이에 반응해 왔다. 너무나도 소중한 기회이기에 우리가 적극 반응하고, 이를 이용하여 비핵화를 추동하는 노력을 한 것은 당연하고 잘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쯤은 북한의 전면적인 국면 전환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는 없을까? 우리가 너무나 낙관적인 희망만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북한과 자주 만나고, 경제협력을 하고,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현실화하면 모든 것이 좋게만 풀려갈까? 

아마도 우리 정부는 다음과 같은 매우 낙관적인 가정 혹은 가설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감추어진 지뢰를 안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기우가 생긴다. 그 가정은, 첫째, 북한은 미래에 우리보다 부강해지지 못할 것이다. 둘째,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체제는 받아들일 수 있는 정치체제이다. 셋째, 북한의 비핵화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의 경제가 성장해도 상관없다. 넷째, 경협은 우리 경제의 돌파구여서 무조건 좋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의 위험성은 최근 중국과 대만 간 관계가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어쩌면 20, 30년 정도 중국과 같이 경제가 발전하면 성장판이 닫혀가는 남한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때 김정은 위원장은 아직도 60대이며 중국과 같이 1인 지배체제, 권위주의가 유지될 수 있다. 비핵화가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고 북한이 경제성장을 하면, 우리는 핵능력을 가진 부강한 1인 지배 국가를 우리 위에 두게 될지도 모른다. 남북경협은 북한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통제할 수 있으며, 북한은 국가가 지시하면 우리보다 4차 산업혁명에 더 빨리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핵능력을 가진 북한이 부강해진 이후, 중국이 대만에 하듯 북한의 방식으로 통일을 하자고 하면 그때 우리는 매우 당황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북한과의 경제협력도 중요하지만, 체제의 투명성과 다원화, 인권, 그리고 비핵화 이후 북한 주민이 핵에 대한 거부감을 갖도록 하는 것 역시 너무나도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그러한 전략도 그리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