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섭 교수](경제시평-김종섭) 무역기술장벽 넘으려면 (국민일보 201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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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7

 [경제시평-김종섭] 무역기술장벽 넘으려면2012.09.25 19:16

세계 여러 나라가 수십년 동안 관세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노력을 한 결과 이제 각국이 제조업 제품의 수입에 부과하는 평균관세는 4%보다도 작아졌다.

주요 선진국들의 관세는 이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미국이 제조업 제품 수입에 부과하는 관세는 3.03%이며 일본은 2.26%, 유럽연합(EU)은 1.51%에 불과하다. 싱가포르는 아예 관세 0%를 유지하고 있다.

관세가 이렇게 낮다는 것은 관세가 이제 더 이상 중요한 산업 보호 수단이 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각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다른 수단을 찾기 시작하였는데, 그중에는 반덤핑 제도와 무역기술장벽 등이 있다.

무역기술장벽은 각국 정부가 자국민의 안전, 소비자,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도입하는 것이지만 일부 규제는 외국제품과의 경쟁을 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산업보호를 위해 도입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준비되지 않은 수출업자에게는 어쩔 수 없는 비용 증가 효과를 갖고 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EU 내에서 유통되는 제품에 의무화된 인증을 CE마크라고 하는데 이 마크를 획득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고 국내 기업들은 지적하고 있다.

동일 인증 획득에 있어서도 발급기간이 역내 기업에 비해 역외기업은 과도하게 많이 소요되어 역외 기업이 불리한 상황에서 경쟁하게 된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의 12%가 인증관련 중복검사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무역기술장벽으로 작용하는 기술규제 도입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보고된 각국 신규 기술규제 도입 또는 변경 통보는 매년 700여건에 달한다. 국가별로는 과거 선진국 중심에서 개도국 기술 발전에 따라 중국, 동유럽, 중남미 등 신흥국으로 기술장벽의 도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자동차, 전기전자, 화학물질, 식품류 등 소비재 공산품비중이 높지만, 특정 품목에 치우치지 않고 적용범위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무역기술장벽의 증가에 따라 세계 주요 국가들은 무역환경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국내 시장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기 위하여 자국의 표준 및 적합성 평가 제도를 효율적이고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자국 수출업자들의 국제적 기술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안정적인 무역환경 유지를 위하여 중앙집중적 대응체계 마련과 동시에 국제표준의 선점, 자국표준의 국제화 및 지역화, 상호인정협정 체결과 같은 매우 적극적인 전략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수출이 산업발전을 이끌어가는 경제전략을 추구하면서 다양한 지원과 정책을 통하여 수출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성공적으로 획득하였다. 그러나 기술규제와 적합성평가제도에 있어 국내 제도의 발전과 인적, 물적 역량은 미국 및 유럽연합 등의 선진국에 비해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국제표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국익을 추구하거나 전략적 대응을 모색한 경험도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전략적 관점에서 볼 때 국제사회의 기술무역장벽 완화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 방안 모색, 국내 관련 제도와 대응체계의 선진화 및 국제적 역량 제고는 우리나라의 선결과제로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외적으로는 국제·지역 표준화기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술무역장벽 관련 외교 활동을 강화하며 통상관점에서의 기술무역장벽 완화를 위해 적극적인 통상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국내 체계를 보다 효율적이고 통합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런 노력과 지원은 기술입국 확립 및 수출경쟁력 제고에 매우 중요한 밑거름이 되리라 판단된다.

김종섭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