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교수](아침을 열며) 박근혜 대 안철수(한국일보 201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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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9

 [아침을 열며/4월 19일] 박근혜 대 안철수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입력시간 : 2012.04.18 21:03:22

4·11 총선이 끝나고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로 접어들었다. 앞으로 대선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후보들에 대해 매우 혹독한 검증이 이뤄질 것이다. 정치의 무대는 누구라도 발가벗겨질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투명한 무대이다. 표절, 성추문, 말 바꾸기, 언어적 습관을 비롯해 국정철학, 인간관계, 재산문제, 범법사실, 가족관계 등 정치인은 일거수일투족이 검증대상이 된다. 따라서 상당한 내공과 자기관리가 없다면 정치무대에서 검증을 쉽게 통과할 사람은 없다.

지금 시점에서 혹독한 검증이 예상되는 여당의 대통령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런데 박 위원장은 지난 번 대선을 포함해 오랜 정치역정 속에서 수많은 검증을 이미 받았다. 물론 새로운 시대정신의 흐름 속에서 새롭게 검증해야 할 것 들이 생겨나고 있고, 특히나 박위원장을 지근에서 보좌하면서 국정을 같이 이끌어야 할 소위 측근들에 대한 검증 역시 남아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오랜 정치경력의 검증을 접하면서 많은 정치적 자산을 쌓아 놓은 상태다. 실제로 어떠한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일단 자기 자신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한다는 애국심의 이미지가 강하게 살아있고, 원칙을 일관되게 지킨다는 신뢰의 이미지 역시 존재한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이 말해 주듯 표를 적재적소에서 모아 오는 현실정치의 능력도 보여주었으며, 당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의 리더십 역시 있다. 국가경제를 살릴 수 있는지와 관련한 능력 검증에서는 대한민국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부친 박정희 대통령의 이미지가 겹쳐있어서 일단은 기초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아마도 경제 활성화 능력과 함께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또 우려하는 부분은 박 위원장의 국정운영 스타일일 것이다. 과연 민주주의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으며, 소통과 타협의 정치를 할 수 있는지, 약자를 보듬어 안는 공감과 배려의 지도자일 것인지가 궁금한 것이다. 특히 그의 취약지대인 중도성향의 유권자에게는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하다.

한편 우리의 검증을 기다리고 있는 또 한명의 잠재적 대권후보가 있다. 바로 안철수 서울대 교수이다. 야권이 4·11 총선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또 문재인 고문의 위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시점에서 안 교수를 향한 야권과 국민의 기대감은 폭증하고 있다. 안 교수가 과연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정치의 무대에 서게 된다면 넘어야 할 검증의 관문은 무수히 많다. 안 교수는 대한민국 컴퓨터 백신 산업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 훌륭한 기업가로서 경영의 능력을 보여주었고 또 부드럽고 신중한 중도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컴퓨터 백신의 무료 배포나 재산의 사회적 기부 등, 국민을 배려한다는 이미지 역시 쌓여있다. 서울대 의대를 나왔지만 전혀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도전적인 엘리트 이미지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안 교수는 거기에서 그친다. 이른바 대중적인 스타이기는 하나 정치인 안철수에 대해선 아는바가 없다. 정치경력이 전무하고 정치, 외교, 국가경제, 노동, 인권, 언론, 검찰, 재벌 등에 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떠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지, 또 정말 그럴듯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미지의 상태다. 그의 인간관계, 재산관계, 가족관계 등 인생역정에 대한 검증도 냉혹하게 기다리고 있다. 또한 일반적인 기업인과 달리 사회 각 부문의 이해관계를 인내를 가지고 조정하고, 배려하는 민주적인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지도 검증 포인트이다. 안 교수를 진정으로 따르며 보좌할 정치인이나 측근이 누구인지도 알려져 있지 않으며, 정치적 난관을 돌파해 나갈 수 있는 의지력, 대권을 쟁취하고야 말겠다는 권력의지 역시 검증되지 않았다. 지금은 대중적 스타의 반열에 있는 인지도 높은 스타일뿐이다. 앞으로 정치인 안철수의 능력을 검증받고, 또 보여줘야 인기가 표로 환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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