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호 교수]한국의 발전 경험과 지원 고대하는 아프가니스탄(조선일보 2011.11.1)


Publications by Faculties
2011-11-07

[편집자에게] 한국의 발전 경험과 지원 고대하는 아프가니스탄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입력 : 2011.10.31 23:30 | 수정 : 2011.11.01 13:43 )

카불로 들어가는 두바이 공항에서 본 아프간전쟁 10년 특집 뉴스위크지 표지에는 "너희는 시계가 있지만, 우리는 시간이 있다"며 웃고 있는 탈레반 사진이 실려있었다. 이제 막 안정을 되찾은 아프간 사회가 3년도 남지 않은 기간에 탈레반의 저항을 물리치고 정치, 군사, 경제 전반에 걸쳐 자력으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지난 열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초청으로 아프간을 돌아보면서 자꾸 한국이 생각났다. 전쟁의 참화로 인한 수많은 비극, 가난, 부정부패, 해방군이면서 동시에 점령군으로 비친 외국 군대 등은 부모 세대가 50, 60년대에 겪었을 한국의 자화상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온갖 역경과 불운을 딛고 일어서려는 작지만 숭고한 의지와 노력의 단초들이 있었다. 정부의 무능과 부패를 지적하며 국제사회 지원 노력의 진정성을 질문하던 카불대학 학생들, 80년대 소련군에 저항하던 무자헤딘 투사에서 지금은 탈레반의 암살 위협에 맞서며 법치와 지방자치에 매진하는 60대 촌로(村老) 군수, 급조된 30만 아프간 국군과 경찰 중 14만명에게 군사훈련과 함께 읽고 쓰기를 가르친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토로한 나토 관계자, 여성의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의식이 너무나 낮다고 호소하던 인권위 소속 여성 하원위원들…. 이들은 탈레반은 물론, 사회에 만연한 봉건적 잔재와 부족 갈등으로 인한 분열에 맞서 싸우고 있었다.

남부 헬만드 지역의 네와라는 작은 읍을 방문했을 때이다. 영국을 중심한 덴마크, 에스토니아, 미국 연합 지방 재건팀이 활동하는 곳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탈레반의 저항이 가장 심하던 지역에 사람이 모여들고 시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개울을 따라 어지럽게 들어선 장터를 돌아보면서 우리를 경호하던 20대 초반의 아프간 경찰 다르가 일행 중 유일한 동양인인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에게 한국도 재건팀 500여명이 북부 파르완 지역에서 아프간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더니, 서툰 영어로 물었다. "코리아, 헬프 아프간 피플. 지금 500, 내년엔 1000, 2000, 3000, 오케이?"

얼마 전 우리 대통령이 미 의회에서 한국이 이룬 경제·민주 발전을 설파하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50년 후 이 척박한 땅에서 또 다른 한강의 기적을 이야기하길 바란다. 한국의 도움과 함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0/31/201110310314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