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휘창 교수]문휘창 서울대 교수의 ‘경쟁전략 분석’(DBR 2011.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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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4

문휘창 서울대 교수의 ‘경쟁전략 분석’  
 
 
기사입력 2010-10-09 03:00:00 기사수정 2010-10-09 03:00:00
     
빌 게이츠는 기술천재가 아닌 기술 결합해 가치창출한 천재

《 첨단 기술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하는 독창적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창업한 빌 게이츠는 뛰어난 기술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기존 기술들을 잘 조합해서 그 가치를 높였고 거부가 됐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교수(사진)는 빌 게이츠의 경쟁 전략을 “혁신 기술 자체보다 가치 창출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6호(10월 1일자)에 실린 문 교수의 글을 간추린다. 》


MS의 경쟁사들은 주로 하나의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 내는 천재(one-product wonder)였다. 문제는 이 제품들 간 호환성이 전무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제품의 독립성과 호환성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플랫폼을 표준화하는 게 시급했다. 표준화된 플랫폼에 소프트웨어를 부품처럼 끼워 넣을 수만 있다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쉬워질 뿐 아니라 기업 간 폭넓은 협력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시도한 회사는 MS밖에 없었다. MS는 이 표준화된 플랫폼을 만들어 업계의 선도회사로 부상했다. 윈도는 표준화된 플랫폼으로 인터페이스의 새 지평을 열었다. 게이츠는 여기에 새 제품을 계속 추가했다. 발표 자료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던 회사를 사들여 파워포인트를 내놨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도 추가했으며, 마우스 기능도 발전시켰다.

MS는 이렇듯 관련 분야 제품을 모두 모아 판매했기에 독점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실제 MS의 독점적 지위가 강해지면서 많은 경쟁사들이 사업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서로 호환성이 없는 기술들을 표준화했다는 점에서 MS의 독점을 반드시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건설적 독점(constructive monopolism)으로 볼 여지도 있다.


 기술 만능주의에 빠진 기업이 많다. 하지만 빌 게이츠는 세상에 없는 뛰어난 기술을 개발 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잘 조합해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데 주 력했다. 그 결과 빌 게이츠는 세계적인 거부가 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개별 제품으로만 보면 MS보다 더 훌륭한 제품을 만들던 많은 회사들이 모두 MS에 굴복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회사들은 경쟁력의 정의를 너무 단순하게 파악했다. 그들은 ‘오직 훌륭한 기술만이 최고’라고 여겼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기술이라도 고객이 원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면 안 된다. 이를 무시한 고급 기술은 외면받기 쉽다.

특히 관련 기술과 기능을 호환 가능하게 만들어 하나의 패키지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를 알고 제대로 실천한 사업가는 게이츠밖에 없었다. 게이츠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경쟁자는 기술과 경영을 연결하지 못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게이츠는 이 전략을 자선 사업에도 적용해 자신이 유능한 사업가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게이츠는 자선 사업에 ‘평가 단계’를 추가했다. 그는 선의와 모금만 중시하던 자선 사업계의 관행과 달리 작업 결과를 평가하고 성공 및 실패 사례를 공유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구체적인 평가가 없으면 해당 자선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기업 및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후원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게이츠의 경영 및 사회사업 전략은 우리에게 “뛰어난 발명가가 항상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뛰어난 가치 창출자는 항상 성공한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 준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cmoon@snu.ac.kr

http://news.donga.com/3/all/20101008/317283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