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호 칼럼]美 신통상정책과 TPP(세계일보 201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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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9

[박태호 칼럼]美 신통상정책과 TPP
  
통상정책, 수출·일자리증대 우선

한·중·일FTA 한·미 논란 부를수도

필자는 지난달 말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오피니언 리더스 세미나(OLS)에 다녀왔다. 한·미 양국에서 전문가가 참석해 한·미 간 주요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세미나였다. 경제분과 회의에 참석한 미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전담 대사의 연설에서 미국 통상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읽을 수 있었다. 미국은 앞으로 통상정책의 초점을 수출 증대와 그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맞출 것임을 확실하게 밝히고 있다.

또한 통상정책을 추구함에 있어서 개방성, 원활성, 투명성, 공정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개방성은 무역상대국의 시장개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며, 원활성은 개방된 시장으로 상품과 서비스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각종 비관세장벽을 없애 나간다는 것이다. 또한 투명성은 각국의 제도, 법규, 정책, 규제 등이 국내외에 투명하게 알려져야 한다는 것이고 공정성은 정부의 보조금 지급, 덤핑, 지재권 침해 등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배격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통상정책의 기조를 양자 또는 지역 자유무역협정(FTA)에 우선 적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본격 추진하면서 통상정책의 원칙을 새롭게 체계화한 것으로 보인다. TPP는 2015년까지 참여국 간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TPP에는 현재 미국을 비롯해 칠레,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부르나이, 호주, 뉴질랜드 등 9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일본도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오는 11월 하와이에서 개최되는 에이펙 정상회담에서 TPP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통상정책의 원칙을 확립하는 것 외에도 소위 지역공급망, 에너지 절약 및 녹색성장, 중소기업의 국제무역 참여 확대, 개도국과의 동반성장 등을 소위 차세대 무역이슈로 간주하고 이들을 이번 에이펙 회의를 통해 강력히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새로운 통상정책은 한·미 FTA를 비롯한 양자 FTA, 환태평양을 이어주는 TPP, 그리고 에이펙을 통한 경제협력 강화로 요약될 수 있으며, 무역과 투자와 관련된 새로운 차세대 이슈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볼 때 조만간 한·미 FTA가 양국 의회의 비준을 얻어 발효된다면 한·미 통상관계는 앞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이 원만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현재 TPP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와 FTA 협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TPP에 대해서 유연한 입장을 택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에이펙을 통한 지역경제협력 강화에도 적극 참여해 오고 있어 미국의 입장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논의가 심화되고 있는 동아시아 경제통합 움직임이 한·미 간에 이슈가 될 수 있다. 최근 한·중·일 정상은 한·중·일 FTA 추진에 합의한 바 있으며, 이미 3국 간 FTA에 대한 공동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중국과 일본은 각각 한국과 양자 간 FTA 추진을 원하고 있어 머지않아 한·중·일 사이에 어떤 형태로든 FTA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한·중·일 간 FTA는 자연스럽게 동아시아 경제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미국이 추진하는 TPP와는 실질적으로 경쟁적일 수 있다. 특히 미국은 미국이 제외된 동아시아 경제통합에 반대해 왔다. 통상전문가들은 미국이 TPP를 강력히 추진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시아지역을 놓고 경쟁적으로 벌어지는 두 가지 형태의 경제통합안에 우리가 어떠한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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