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희 오피니언]성 김 주한美대사 앞에 놓인 과제들(문화일보 201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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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5

[오피니언 포럼]성 김 주한美대사 앞에 놓인 과제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교수.국제학

 

2002년 효순·미선양 사건이 발생하고, 북한의 핵 개발 의혹이 증폭되면서 한미동맹이 흔들리던 2003년에 필자는 미 국무부를 찾아가 미국이 한국민의 정서를 잘 모르는 것 같으니 한국말을 잘하는 외교관을 늘리는 게 좋겠다고 조언한 적이 있다. 그 후 광화문 주한 미국 대사관에는 한때 12명이 넘는 한국계 미국인이 근무한 적도 있다. 그 가운데서도 발군의 실력자가 새로 미국대사로 지명된 성 김이다.

 

성 김은 주한 미군 기지, 북핵, 동맹 전환 등 현안에 조예가 깊었다. 그의 전략적 사고를 높이 산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대사는 자신이 동아태담당 차관보로 임명되자, 일본의 공관장으로 가기로 내정돼 있던 성 김을 한국과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두 사람이 주축이 돼 만들어낸 작품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2·13 합의였다. 그 후 성 김은 북핵 특사 및 미국측 6자회담 수석 대표직을 맡으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여를 지속해 왔다.

 

한미 수교 129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계가 주한 미국대사로 온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중학교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1980년에 미국 국적을 획득한 그가 공직에 몸을 담은 후 주한 미국대사로까지 승진하게 된 것은 입지전적이다. 그의 형도 캘리포니아에서 변호사를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보면, 미국에 이주한 한국계 미국인들의 귀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성 김을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한 뜻은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한반도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을 이루겠다면서 비핵화를 뒤로 미룬 채 한반도에서의 군사 도발을 서슴지 않고 있고, 3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 2012년에는 미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에서도 지도부의 변화가 예정돼 있고, 일본에서도 정치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동북아시아의 리더십 변화 속에서 한반도의 위기 관리를 하고 나아가 비핵화의 물꼬를 트기에 가장 잘 맞는 인물이 성 김이다.

 

성 김 대사가 부임한다면, 우선 역대 주한 미국대사가 이뤄놓은 공공외교의 틀을 이어받아 획기적인 소통의 달인이 되길 기대한다. 힐 대사는 강연과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는 드럼이라는 음악 코드를 통해, 심은경으로 더 잘 알려진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는 한국어를 구사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한국민에 가깝게 다가섰다. 성 김 대사는 한국민의 심정과 기질, 문화를 누구보다 잘 체득하고 있다. 보다 많은 한국의 보통사람들과 소주라도 기울이면서 한·미 간의 소통의 장벽을 없애길 기대한다.

 

한미동맹의 견고화는 그의 본연의 임무다. 안보 분야에서는 주한 미군기지의 원활한 이전, 경제 분야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발효와 한·미 경제 네트워크의 강화가 관건이다. 여기에 더해, 성 김 대사는 한·미 간의 차세대 교류에 힘을 보태길 바란다. 6·25 전쟁의 기억을 넘어서 역동적인 민주주의와 경제 활력 등 한국을 아는 미국인이 많이 늘어나도록 했으면 좋겠다.

 

성 김 대사에게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한반도 문제의 돌파구 마련이다. 역대 미국대사들과 달리, 그는 이미 대사가 되기 전에 북한을 10여 차례나 방문한 경험이 있고, 북한의 김계관·리근 등 북미라인과 대화할 수 있는 최초의 주한 미국대사다. 이 경험을 충분히 살려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초석을 놓기를 기대한다. 그는 인준 청문회에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고, 오랫동안 고통받는 북한 주민의 삶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임기중에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107250103313719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