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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 교수](정동칼럼) 미·중 정상회담과 한국 외교의 희망 (경향신문 2013.6.12)

GSISlJune 12, 2013l Hit 3422


[정동칼럼] 미·중 정상회담과 한국 외교의 희망

이근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싱크탱크 미래지 원장

세기의 회담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6월7~8일의 미·중 정상회담은 기대이하의 성과로 끝났다. 세계의 양대 산맥이라는 G2 국가의 만남이었지만 산적한 중대 사안들을 뒤로 하고 핵심의제를 미·중 간의 사이버 안보로 잡았고 그 핵심 이슈에 대해서도 슬쩍 우회하는 발언들로 회담을 끝냈다. 물론 직접 면식이 없는 두 정상 간에 인간적인 관계를 먼저 구축하자는 목적으로, 전초전 성격의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는 시각도 있다. 그래서 양 정상이 백악관이 아닌 캘리포니아의 휴양지에서 만나, 소매를 걷어붙이고 대화를 나누는 파격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세계 1, 2위 국가가 세계경제위기에 대한 대처, 시리아내전, 이란핵문제, 중동평화, 북한핵문제 등에 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는 것은 어쩌면 미국과 중국의 현재 위상을 고려할 때 예견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떠오르는 강대국인 중국은 미국에 대해 여유를 보이면서 책임을 떠맡아야 할 민감한 문제를 피해갔고 반면 미국은 세계 도처에 산적한 많은 일들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일종의 무력감을 보인 것이다. 특히 사이버 안보를 핵심의제로 다루는 와중에 미국 정보기관의 한 요원이 미국 정부와 정보기관에 의한 사생활 침해와 감시에 관한 일급비밀, 그리고 사이버 전쟁 시 해외 목표물을 식별하라는 미국 대통령의 지시와 관련된 일급비밀을 영국의 한 일간지에 폭로해 미국의 어두운 구석과 허술함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사실 미국은 이미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로 국제문제 해결에 이렇다 할 한 방을 보여준 적이 없다. 자신들이 주범이 된 세계금융위기 자체의 해결은 물론이고 위에서 언급한 모든 사안들에 대해 말로만 대응하거나 기껏해야 군사훈련 정도가 최대 조치였다. 최근 시리아 정부가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화학무기를 반군에 사용했다는 정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문제에 개입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오바마 정부가 가지고 있는 외교안보의 카드가 정말 많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미·중 정상회담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대북정책에서 우리의 외교 지평이 상대적으로 넓어질 수 있다는 희망적 신호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 모두 북한 핵문제에 대한 공통의 입장을 나누었다. 북한 핵을 불용하고,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여정은 같지 않을지라도 목적지는 같다는 것을 표명해 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한발 나아간 모습을 보였다. 과거와 달리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과 중국의 전략적 협력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시진핑 주석이 주장하는 “신형 강대국 관계”라는 것이다.

중국은 이른바 신형 강대국 관계라는 것을 내세우면서 자신이 책임있는 강대국이 되기 위해 북한과 같은 도전 세력을 길들일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북한은 중국의 만류와 설득을 무시하고 2012년 말과 2013년 초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자신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는 시점에 북한이 중국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형 강대국의 체면이 손상됐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 종전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오바마 행정부의 지난 4년간의 패턴을 보면 한국정부의 전략과 입장을 수동적으로 추인해 주는 것이었다. 즉 북핵 문제에 주도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미인데,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원칙론만 고수하면서 이러한 경직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남북관계에서 한국이 중국과 함께 보다 전략적으로 움직인다면 우리의 외교가 조수석이 아닌 운전석에서 핸들을 잡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신형 강대국 관계를 통해 미국과 중국이 국제문제에 관해 일정 정도의 분업을 상호 용인하게 된다면 한·중 외교 협력이 우리의 대미관계를 손상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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