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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희 교수](글로벌 포커스) 일본 군사 대국화의 虛와 實 (조선일보 2012.7.20)

GSISlJuly 20, 2012l Hit 3754


 [글로벌 포커스] 일본 군사 대국화의 虛와 實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입력 : 2012.07.19 23:06
 
원자력기본법 '안전보장' 넣어도 핵무장 나설 수 없는 게 日 처지
경제 불황 탓 방위비 지속 감소, 군사 대국화는 어려운 상황…
多者 협력 네트워크가 필요… 韓日이 전략 대화로 나아갈 때
 
일본의 군사 대국화 논의로 한국 언론이 연일 뜨겁다. 광복 67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은 역시 우리에게 뜨거운 감자다. 최근의 일본 군사 대국화 논의를 보면 아직도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일본 보기와 일본인도 모르는 일본 숨은 그림 찾기에 익숙한 한국의 모습이 배어나 있다.

원자력기본법의 개정으로 '안전 보장'이라는 문구가 삽입되자 일본이 핵무장의 빗장을 열었다고 보도됐다. 원자력 이용을 군사적 의미를 지닌 '안전 보장'이란 용어로 오해를 부르게 한 것은 틀림없는 일본의 잘못이다. 하지만 일본이 금세라도 핵무장에 나설 것 같은 예단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다. 일본 국민의 70% 이상이 핵무장을 반대하고 있다. 원자력기본법이나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조치이다. 미국이 핵 확장 억제를 제공하는 한 일본이 NPT체제에 반해 가면서 핵무장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일본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핵무장을 할 정치적 의지나 국민적 지지는 아주 약하고, 그에 반해 핵무장으로 치러야 할 외교적·군사적 비용은 너무 크다.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보고서가 일본 총리에게 보고되자 다시 마치 내일이라도 일본이 제3국을 공격할 권리를 손에 넣은 것처럼 알려졌다. 일본인은 거의 알지도 못하는 보고서가 한국에선 대서특필되었다. 일본의 방위 전문가들이 애드벌룬을 띄워 본 것은 맞는다. 하지만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지식인 보고서가 곧바로 일본의 정책 전환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2007년 아베 정권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는 무성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소비세 증세(增稅)문제로 당의 분열까지 초래한 노다 내각이 국민에게 실익을 주지 못하는 집단적 자위권 문제를 추진할 여력은 없다. 평화헌법을 가진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는 아직 일본 내부에서조차 합의가 없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은 국가의 권리이지만 이를 행사할 수 없다는 공식 견해를 견지하고 있다.

한일 정보보호협정 추진에 대해 정부가 국회와 국민에 대한 설명 책임과 정보 공개를 게을리한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한·미·일 3각 동맹 구축을 위한 전초라는 논의는 지나치게 단선적이다. 북한에 대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나라는 어느 누구보다 한국이다. 위성사진, 감청 자료, 문서 정보 등 다양한 대북 정보를 가진 일본과 정보 교류를 통해 한국의 안보를 강화하자는 것은 일본을 위한 것도 미국을 위한 것도 아니다. 러시아를 포함해 24개국과 이미 체결한 정보보호협정인데 일본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민감해하는 것은 과민반응이다. 일본과 협정을 맺어 정보 교환의 틀을 만들자는 것이지 우리가 일본에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알몸이 되겠다는 게 아니다.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거부할 게 아니라 북한 정보가 많은 중국과도 이를 추진하는 게 순리가 아닌가 싶다.

일본이 1990년대 이후 우파가 강화되고 있는 것은 맞는다. 하지만 일본 내부가 입을 맞춰 우익화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류(韓流)의 유행에서 보듯이 일본 국민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끊임없이 개선되고 있다. 현 민주당 정부도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그 이유가 군사 대국화를 이루고 한·미·일 3각 동맹 구축을 통해 동아시아를 제패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본은 경제 불황의 여파와 만성적 재정 적자의 영향으로 단독으로 군사 대국화할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일본의 방위비가 2002년부터 꾸준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미국의 군사비 삭감 가능성으로 동아시아에 대한 관여가 줄어들 개연성에 직면하자 일본은 한국·호주 등을 포함한 환태평양 국가들과 다자적인 협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일국 중심이나 양자(兩者)동맹 중심이 아니라 다자 협력 네트워크로 안보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일본은 결코 군사적 피그미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군사 대국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평화헌법과 미일동맹을 견지하는 한 한국에 군사적으로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한 양국이 협력할 여지가 높아가는 게 지금의 한일관계다. 한국은 일본에 대한 과도한 경계감을 강화하는 것보다는 일본이 가진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 북한에 대한 과도한 부정적 인식을 시정해 나가는 길을 공동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일 양국 간에 양자 간 관계를 넘어선 전략 대화의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한국과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신냉전적 질서가 구축되면 얻을 것보다 잃을 게 많은 나라다. 동아시아의 미래 질서를 지역 협력을 위한 동반자관계로 엮어가기 위한 복합 네트워크 구축에 양국이 앞장서야 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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